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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18. 1. 3. 20:26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어릴 적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에 내려가던
차창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던 사람의 너무도 슬픈 눈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에 많이 아프셔서
우리집에 와 계실 때 수시로 끙끙 앓으셨다
나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보지 못한 할머니의 모습
단지 내가 기억하는 것은 실컷 먹어본 탄산
형제끼리 큰 소리로 세우던 밤
형제들이 울던 모습
상여가 나가던 날은 비가 왔고
며느리들의 울던 모습
저승 가는 길을 잃지 마시라고
섧게 울던 모습
할아버지의 생에 마지막에는
끙끙 앓는 소리는 없었다
생전에 너무도 건강하셨던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병상에서 힘이 없어지셔서
요구르트가 드시고 싶으셨다
병문안을 마치고 허기져서
우리는 그날 갈비탕
할아버지의 발인 날의 모습
생전에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던
아버지는 더 섧게 우시던 모습
내가 본 어느 모습보다 작아 보이던 모습
할아버지의 관을 내리며
삶의 무게를 느끼던 날의 모습
얼마전에 성묘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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