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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사람의 마음처럼 유전자는 닳는다 우리는 늙는다 유전자의 꼬리가 닳으면 사랑의 표찰이 떨어져 만날 수 없는 마음처럼
책장에 책을 꼽다 책장에 책을 꽂는다 꽂은 책을 빼어 다시 꽂는다 가나다라… 다시 꽂는다 가나다라… 시집을 꼽아 시집을 펴면 그 안에 바다와 우주 그 안에 나는 유영하다 가라앉다 떠오르다 울다 웃다 읽다 보다 다시 쓴다 하늘과 바다를 쫓다 땅에 잠든다
잠 선잠. 낮잠. 쪽 잠. 잠깐의 잠. 꿈 속에 생각나는 너. 꿈 속에 너. 너. 또 잠. 깊은 잠. 얕은 잠. 잠깐의 잠. 어둠 속에 생각나는 너. 어둠 속에 너. 너.
인어 공주 사랑이란 말로 다 담지 못할 있는 그대로 봐줄 운명 운명을 만나는 마법 마법으로 얻는 두 다리 다리로 육지로 나와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이루지 못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그대로 지키지 못한 사랑 사람을 사랑하여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 물거품이 될 지라도 온 몸으로 다가오고 온 주변에 가득하고 피할 수 없이 스며든 나는 너에게 사랑받고 비로소 너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너를 사랑한다 인어공주 사랑받지 못한 사랑 사랑받지 못해도 사랑한 사람
이별 후 떠나온 여행지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 일상이 반복되는 내 자리 나 아닌 누구라도 앉을 수 있는 자리 가벼운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에 사람을 만난 후 더 그리운 이유 연극이 끝난 어둑한 빈 극장 다른 관객으로 채워질 자리 찾아온 고요와 적막 때문에 헤어지면 어지러운 마음이 아픈 이유 그 사람이 차지하던 자리 억지로 꺼내고 다른 이로 채우고 다시 배치하기 때문에
어제와 헤엄치는 밤 어둠은 깊이를 달리하여 흐르면 그 위로 떠다니는 달은 너무나도 완전하여 달 아래로 온전하지 못한 집으로 돌아가는 내 걸음 무겁지만 곧 가볍기를 전신주에 걸린 현이 키는 빛에 빌어보며 잠이든 다른 이처럼 고요한 깊은 어둠 속에 더 함도 덜함도 없이 조용히 가라앉으며 잠이 들기를
아구장에 가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나는 일어난다 응원하는 편이 안타를 쳐도 쉬이 일어나는 않는 나는 대한 사람의 의무인지 낡은 시대의 유물인지 답답한 가슴에 손을 얹고 오늘도 자유와 정의를 위하여 충성을 다짐해 본다
안경테 길에 버려진 안경테 알도 없고 다리도 없고 길에 홀로 누운 외로운 허물 나이에 나이를 더하고 근시에 근시를 더하며 더 두꺼워진 갑피와 더 깊이 페인 근심의 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선 사이에 깊이가 더한 만큼 부러진 다리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황혼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