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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모두 그 사람을 쓸 테니까 당신이 아무리 지우고 지워도 어느새 다시 그 이일 테니까 지금은 그럴 테니까 하지만 다 괜찮아 질 테니 더 이상 부르지도 기억하지도 않게 될 테니까 달이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당신도 쉬이 눈을 감고 눈을 뜨게 될 테니까 혹은 가끔 지나치는 표지에서 그를 발견하고 붙잡거나 눈이 흐려지겠지만 비가 내리면 젖는 거고 땅은 다시 마를 테니
깨어나 신음하며 신음하여 깨어나는 소리 새벽의 소리 새벽이 굴러오는 소리 서리 조용히 가을이 굴러 겨울로 닿는 소리 조용히 구르는 소리
네가 나를 버릴 때 나도 너를 버렸다 너에게 망가진 커다란 상처처럼 나도 피투성이가 됐다 네가 나로 불편해한 만큼 나는 안으로 썩어갔다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 네가 나를 놓아주듯이 얼마쯤 시간 덕에 부은 마음이 아물고 살이 다시 차오를거다
금으로 은으로 눈물을 빚으며 들떠본 적 없이 차분한 강이 말끔하게 손질한 강물을 끼고 추위에 기어가는 벤치를 따라 파열하는 타일의 비명 지면에 붙잡힌 서리는 하늘을 향해 절규하지만 겨울 끝나기까지는 아직 많은 바람이 남아서 나는 그저 온기를 쫓아 울었습니다 말없이 손을 차마 꺼낼 수 없어서 잘려 나간 듯한 어둠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