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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혔지만 그래서 읽기에 좋은 - 빅 슬립 + 귀신 나방꿈의 서가/책 2020. 6. 23. 20:37
빅 슬립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대표적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선집이 출간됐다. 그가 창조한 명탐정 필립 말로가 처음 등장하는 빅 슬립이 멋진 장정과 편집, 깔끔한 번역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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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그럴만한 여인이 있다면 말이지만.
필립 말로는 하드보일드의 상징이다. 앞서 등장했던 셜록 홈즈, 파일로 밴스, 엘러리 퀸과 상반된 모습의 탐정이다. 중절모와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줄담배를 피며 술을 즐긴다. 시도 때도 없이 권총을 쏘고 얻어 맞고 때리고 뒹군다. 그는 끈질기다. 추적의 끝에 남는 것이 절망이라도 그는 절망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말 몇 마디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들과 다르다. 레이먼드 첸들러가 새롭게 창조한 탐정은 당시에는 굉장히 신선했을 터다. 그러나 이제 그의 모습과 성격은 이 장르의 클리셰가 됐다.
빅슬립이란 제목은 원래 깊은 잠 정도로 해석될 거다. 이 단어는 죽음을 의미하는 속어로 쓰인다고 한다.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 냈으니 레이먼드 챈들러는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귀신나방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장용민의 신작소설. 이번에는 1990년대 뉴욕이 배경이다. 2차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오토 바우만이라는 남자가 사상 최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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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바우만도 필립 말로 못지않게 끈질기다. 그리고 둘 다 늘 '빅 슬립'의 곁을 맴돈다.
이 오토 바우만이 쫓는 상대는 놀랍게도 히틀러다.
서프라이즈!
가 아직도 방영하는 이유가 있다.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너무나 흥미진진한 음모론들. 몰래 도망쳐 살아 있는 히틀러. 젊음을 되찾는 뇌 이식. 세상의 전복을 노리는 네오 나치. 전 세계 경제를 뒤에서 조종하는 흑막. 클리셰 덩어리로 가득한 책이다. 소재나 구성과 전개가 작가의 전작들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지만, 조미료 한가득 이여서 맛있다. 맛집은 맞는 듯.
두 책 모두 틀에 박혔지만-빅 슬립은 당시에는 그런 책이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읽기에 좋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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