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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꿈의 서가/한 평 극장 2016. 5. 1. 02:21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년 작품.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위의 포스터는 2013 년에 재개봉 했을 때.
'초원 사진관' 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은 시한부 인생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평범한 일상을 이어간다.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을 다녀온 날, 구청의 주차 단속 요원인 다림(심은하)을 만나게 된다. 몸이 안 좋아 쉬려고하는 그에게 사진을 인화해 달라고 재촉하는 다림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 하지만 곧 아이스크림을 사서 건네면서 사과한다. 이후에도 다림이 주차단속 사진을 인화하러 자주 들르면서 둘은 친해지게 된다.
어느 날 정원이 쓰러져 입원한다. 다림은 평소처럼 사진관을 찾지만 문은 계속 닫혀 있다. 다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고, 둘은 그렇게 이별하게 된다. 나중에 다림이 문 틈 사이로 넣어둔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지만 끝끝내 보내지는 않는다.
어느 덧 겨울이 되고 다림은 눈이 쌓인 사진관을 다시 찾는다. 여전히 문은 닫혀 있지만 자신의 웃는 사진을 보고 미소 짓는다. 정원의 바람데로 둘의 사랑은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라.
이 영화를 보면 당시에 수 많은 남성의 이상형이 심은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심은하의 소위 말하는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석규는 완전히 힘을 빼고 연기같지 않은 연기를 한다. 이런 모습이 영화의 연출과 더해져서 훌륭한 작품이 됐다.
다림은 정원을 '아저씨' 라고 부른다. 작중에서 거의 띠 동갑으로 나오니까 그럴만 하다. 나도 어느덧 아저씨가...
작품의 후반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정원의 죽음도 스스로 찍은 웃고 있는 영정 사진 하나로 표현한다. 시한부 환자가 느끼는 절망감을 느낄 수도 없고,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는 듯 하다. 정원이 자려다가 이불을 덮고 '끅끅' 울음을 삼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의 표현 방식과 일치하여 인물의 감정이 극대화 된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느새 삶에 대한 미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겨질 이가 느낄 슬픔을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참아내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8월 크리스마스란 삶의 마지막 여름에 다가온 선물 같은 사랑을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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