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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꿈의 서가/한 평 극장 2016. 1. 17. 00:55
오늘 귀향 시사회를 다녀왔다.
10 년 정도만에 서울 극장에 왔는데, 객석은 그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그 시절이 잠깐 그리웠다.
상영전에 조정래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하여 영화에 참여하신 분들의 무대 인사가 있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 분이 고3 에서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있다. 제일 교포 2세와 3세 분도 있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하는 용기있는 선택을 하신 것에 감동했다. 상영이 끝나고 난 후에는 나가는 통로에서 한 분 한 분이 인사를 해주셨는데, 소중한 마음을 느꼈다.
영화의 영문 제목은 Spirits' Homecoming 이다. 영화의 티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를 한 번 상영할 때마다 타국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나비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나비는 사람의 영혼의 상징이다. 슬프게 죽어간 소녀들의 넋을 의미한다. 영화 전반의 구성을 통해서는 장자의 호접지몽과도 연결해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현재의 정민과 과거의 소녀가 꿈을 통해 만나거나, 귀향 굿을 통해 과거와 재회하고 소녀의 넋을 만나는 부분이 그렇다.
이런 영화는 주제의식에만 매몰해서 영화 자체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 그 자체로도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억지스럽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을 쫓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분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영화에 사용한 음악도 좋다. 소녀들이 잠깐의 휴식을 얻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았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에 탄성을 지르는 분들도 많았다. 마지막 장면의 귀향 굿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며, 그 열띤 춤사위를 보면서 내 안의 어두운 마음이 정화되는 마음마저 들었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영화 엔딩 크래딧에서 후원하신 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나온다. 나도 뉴스 펀딩에 참여했는데, 내 이름은 찾지 못했다. 집에와서 찾아보니 아이디로 되어 있었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와중에도 눈물이 났는데,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완전히 대신 해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기억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 아픔을 공감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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