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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꿈의 서가/책 2017. 9. 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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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다. 눈을 떴는데 어제까지의 기억이 내 것이 아니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쉬유이는 차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6년 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그 때문에 모든 기억이 한 여름의 꿈처럼 날아가 버렸을까? 사건의 진실을 다시 추적하는 그는 여러 순간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의 문제는 모두 현실에 도피하려는 마음에서 기인한다. 후회를 후회하지 말자. 내 안의 상처를 바로 대면해야 비로소 치유할 수 있다고 소설은 이야기한다.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받아 들여야, 어제 보다 한 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피하기만 하면 곪아 터질 뿐이다. 도망치면 구원 받을 수 없다.
작가는 수미상관으로 이렇게 말한다. 쉬유이의 꿈에 찾아오고 피 웅덩이에 쓰러진 그녀를 통해서. 열심히 읽느라고 수고해요. 열심히 읽느라고 수고했어요. -속아주느라 수고했어요- 이렇게 수미상관을 이루는 구조는 속 작품인 13.67 에서 꽃을 피운다. 독자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면서.
이 소설이 아주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영화 촬영장을 돌아다니는 내내 그를 알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이상하다. 그리고 주점에서 사진을 보고도 진실을 깨닫지 못한 부분도 석연치 않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단점을 감안하도 아주 신선하다. 이 소설은 기억상실이라는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미 너무나도 정형화된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익숙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아주 새로운 반전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가치는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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