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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설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1. 11. 1. 00:50
청소기를 돌린다. 내내 먼지는 내게 증명한다. 여름의 부재를. 하얗게 쌓여가는 풍경에 잊힌 가을을. 전동기는 소리 지른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여름의 햇빛과 가을의 바람으로 재가 되어 시간은 소리 질러본다. 그러나 이내 질려버린 시간은 침묵으로 증명한다. 당신의 부재를.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청소기를 다 돌린다. 내내 풍경은 내게 하얗게 쌓인다. 내 머리위에 까만 오늘을 밀어내고. 무겁게 살며시 떨어진 시간은, 부재하는 계절은, 털어낸 풍경은. 새하얗게 내일을 몰고온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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