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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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1. 1. 4. 23:53
두 귀에 안개가 드리우고 두 눈에 폭풍이 들이친다 하늘은 무너진다 당신의 마지막과 같이 쿵 가라앉는 먹구름은 비를 뿌리고 천둥이 울리고 먼저 번개를 앞세우고 빛나고 사라지는 삶 열렸다면 언젠가는 닫히는 문 앞에서 벙어리로 태어나고 귀머거리로 태어난 것처럼 말 하나 하지 못하고 들리지 않지만 외치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려 서둘러 서둘러 울고 붙잡아도 서둘러 매달려도 이제 무거운 문을 닫고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에 열 때까지 천둥이 울리고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먹구름 속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이 무너지고 무너졌다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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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그리며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1. 1. 4. 23:52
당신과 함께 한 하루만큼 이별도 하루 더 가까워져 버렸다 은행 수납을 기다리는 번호표처럼 우리는 이별을 그리며 나의 하루가 나의 유서 나의 발자국은 나의 삶 삶의 길이 죽음으로 향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별을 그리며 물밖으로 튀는 죽음은 삶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리고 다시 삶으로 가라앉는 죽음의 몸짓 절벽 앞에서 방향을 틀어 바라보면 펼쳐진 넒은 세상 파도가 탄식하고 바람이 우는 곳을 돌아보며 접수대의 번호표가 뚝 떨어져 휘날리는 세상으로 다시 삶을 어느 정도 출납하고 죽음을 납부하며 살아가야겠다 지난 나에게 배워 오늘에 닿았다 이별 후에 만남이 삶 후에 죽음이 죽음 후에 삶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