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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사냥 + 드라이(스포 주의)꿈의 서가/책 2018. 2.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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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디텍티브’란 드라마를 좋아한다. 5점 만점에 5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치밀하게 사건을 보여주는 연출이 좋다. 사건-반전-해결의 플롯만 쫓는 당시의 수사물의 클리셰를 깨버린 것도 좋다. 한 시즌을 온전히 다 써서 이야기를 담아낸 점도 좋다. 거기에 더해 진짜 형사의 삶-결국 한 인간의 삶-을 충실히 담아내어 좋다. 두 소설도 그런 특징을 조금씩 품고 있어 좋았다.
<나비 사냥>
하태석 형사는 구르고 또 구른다. 완벽한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도 재밌다. 그러나 어딘가 비뚤어진 형사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이야기도 재밌다. 작품에 등장하는 살인이나 격투의 묘사가 지나치게 상세하고 잔인하다. 범인이 너무 사람 같지 않아서 너무 자극적으로 썼다는 인상도 받는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작품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놀랍게도 이런 모습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사건의 개요를 듣는 만으로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다. 우리나라 최악의 범죄인 ‘지존파’ 사건이다. 이 작품은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드라이>
메마른 호주를 배경으로 포크도 구르고 또 구른다. 지역 경찰인 라코와 함께. 이 소설은 나비 사냥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가가 호주 출신이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는 동안 조그맣고 광활한 시골 마을에 갇힌 듯했다. 버리는 부분 없이 꽉 채운 구성 때문에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막힘 없이 읽었다.
<공통점>
두 소설의 공통점이 참 많다.
두 소설에는 파리가 등장한다. 파리 대왕인 벨제불은 타락한 신이다. 동시에 악마의 상징이다. 작품 내내 욍욍거리며 독자마저 귀찮게 하는 파리는 악마와 같은 두 범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나비사냥의 범인은 세상의 부조리를 비난하며 단죄를 꿈꾼다. 그러나 그는 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도 아니다. 그는 짐승이다. 과거에 어떤 학대를 받았다고 해서 동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의 광기와 허상을 포장하려 했을 뿐이다. 돈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도 우습다. 드라이의 범인도 자기 나름의 이유는 있으나 모든 원인은 자기에게 있다.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남의 가족을 해친다. 이해 할 수 없다. 모순이다. 둘 다 그럴 듯하게 합리화 하지만 살인의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살인자의 자기 합리화는 역겹기까지 하다.
두 작품의 마지막을 불이 장식한다. 그러나 이 불은 정화의 의미가 아니다.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악의다. 범인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았다. 불은 아무런 죄도 덮지 못했다. 더 큰 상처만 만들어 냈을 뿐. 과거 사건이 강물과 연결되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강물도 악의를 담고 있다. 과거의 미제 사건을 품고서. 강물과 관련한 사건을 향한 증거 없는 의심이 과거 주인공에게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같다.드라이에서는 결국 주인공은 '젖은' 과거를 불로 '말려서' 용서를 받는다. 그래서 제목이 'Dry'인게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두 작품 다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후속작이 나올 것 같다. 시작했으므로 끝을 봐야겠지. 작가들이 이어지는 작품에서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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