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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꿈의 서가/책 2018. 5. 1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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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을 비틀어 보기>
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주로 소설을 읽었다. 기호학과 형이상학을 다룬 책을 몇 편 읽어 보려 했으나 너무 어려워서 책장에만 모셔두었다. 그러던 와중에 좀 더 쉬어 보이는 책이 있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세상의 바보들...”는 작은 글들의 모음이다. 책을 읽다 보면 황당하기도 하다. 대체 이 아저씨는 사소한 것들로 글을 썼을까? 단순한 현실의 비틀기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해 그저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으려는 것일까?
이 글은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 두 토막이 있다. ‘미국 기차로 여행하는 방법’이다. 열차 흡연 칸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부도덕을 논하던 작가는 사교 모임에서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서 함께 담배를 피운다. 이 때 작가는 자기 자신을 루시퍼에 비유한다. 자기모순이야 말로 가장 큰 부조리이다. 책의 전반에서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도 결국 담배 한 대를 참지 못하는 인간이다. ‘미래의 카이만 제도를 구경하는 방법’에서는 카이만 제도의 해적 쇼에 빗대어 현실을 꼬집는다. 먼저 범죄 행위인 해적질을 일종의 쇼로 포장해서 파는 행태를 비판한다. 원피스나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0년 후에 이 곳에는 다른 해적 쇼가 벌어질 거라고 예언한다. 탈세를 저지르고, 뇌물을 주고 받고,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헬리콥터나 호화 요트를 타고 별장으로 오리라고.
이처럼 책의 토막 토막은 현실의 패러디이다. 내게 패러디는 고급진 말장난이다. 그래서 이런 글은 다음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 풍자는 큰 재미와 공감을 준다. 아는 만큼 웃을 수 있다. 때로는 그 웃음이 썩소 일지라도. 둘째로 좀 더 유연하게 갈등을 해결한다. 적어도 욕하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는. 책에는 장마다 날카로운 비수가 감추어져 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양성이 없는 사람들, 언론의 문제, 사형제도와 유산, 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행복, 미디어가 만든 허상, 차별과 평등. 정말 대단하다.
나는 에코가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몽땅 바보라면 이런 글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기>
모지스 할머니의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기에 행복하다. 이런 만족은 세상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다. 한 사람의 삶과 가치관은 작품에도 녹아든다. 그래서인지 책에 실린 그녀의 그림은 참 따뜻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그녀는 그림으로 삶은 기억하고 세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도 언제나 그러고 싶다. 나를 기억하려고 일기를 쓴다. 세상과 소통하려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듣고 싶어서 트레바리도 한다.
그녀는 사람의 삶이란 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삶의 파도에 묻히지 않고 순간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두 작가가 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에코는 불혹의 나이가 돼서야 사상의 틀을 잡았다. 그의 제일 유명한 소설인 ‘장미의 이름’도 오십이 다 되어서 쓴 소설이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의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고 유명한 작가가 됐다. 나는 때로 나이에 집착한다. 부끄러웠다. 그래서 앞으로는 몸은 늙더라도 마음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새로워지고 싶다.
두 책을 보면서 인간의 진보를 생각했다. 지나치게 심각한 고민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바보들...’에서는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발견했다. 인간의 진정으로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거냐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을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변했다. 여성참정권 때문이었다. 불과 백년 전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당연해 졌다. 인류의 역사를 놓고 보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두 작가처럼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정말 행복해 진 것일까? 모지스 할머니는가 살던 그때보다 지금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편리할 텐데. 현대의 사람들은 남보다 갖지 못해서 불행하다. 때로는 남보다 더 가지고도 행복하지 못하다. 왜일까? 그래서 생각해 봤다. 그녀가 행복한 이유를. 그녀는 사람을 사랑하고 자기 일을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주어진 그대로의 자신에 만족한다. 그런 마음이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하나의 열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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