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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스포주의)꿈의 서가/책 2017. 6. 20. 23:30
고전 추리 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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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은 환상의 여인은 탐정이 없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헨더슨은 시작부터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린다. 어느새 감옥 갇힌다. 살인 당일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여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목격자들은 모두 그런 여자는 못 봤다는데 환장할 노릇. 바람을 피우다니 용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형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는 형 집행 날짜만 기다린다. 이대로 끝?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보고 있으니 여기저기 갈 때마다 SNS에 인증할 필요가 있을지도. 이 소설을 지인에게 추천하자. 그리고 억울 할 때 써먹을 수 있지 않냐며 SNS를 하는 핑계를 늘려보자.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목격자를 찾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범인의 알리바이 깨기가 아니라, 누명을 쓴 주인공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고군분투 한다. 친구인 롬버트와 애인인 캐럴 양의 노력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랑과 우정의 힘이란.
그런데 주인공의 누명을 벗겨줄 목격자들이 너무도 픽픽 죽어 나간다. 환상의 여인을 목격한 목격자는 총 네 명이 나온다. 결국 네 명 모두 죽는다. 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에 따르면 모두 진범이 살해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이리도 쉽게 죽어 나가는데, 처음의 살인을 숨기는 데는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또 목격자를 없애는 동기도 약해 보인다. 형사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범은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벌이는 진범의 연쇄 살인은 무리한 전개로 보인다. 어차피 해외로 도피할 생각이었던 인물이 너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다섯 명의 목격자만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일일지. 식당의 손님 중에 목격자가 단 한 명도 없었 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추리물은 아닐지라도 작품 내내 긴장감은 일품이다. 추리소설이아니라 훌륭한 서스펜스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반전도 매우 충격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진범이었다. 환상의 여인의 실체도 여러 의미로 충격이다. 약점과 강점이 확실한 작품이다.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076989
환상의 여인이 목격자를 찾는 소설이라면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는 피해자를 찾는 소설이다. 아주 유명한 엘러리 퀸의 소설이다. 또한 소설 속의 주인공도 엘러리 퀸이다. 소설 속의 엘러리 퀸도 탐정인 동시에 소설가라는 점이 재미있다. 앞의 환상의 여인과 비교하자면 정통파 추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모두 화가나 있거나 불안에 떤다. 처음에는 살인 사건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또 경찰들이 굉장히 강압적으로 수사를 한다. 그래서 다들 더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범인보다 경찰들이 더 무섭다. 핍박 받는 용의자들의 심정이 더 잘 느껴져서 몰입도가 상승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등장인물의 의심스러운 구석이 하나씩 나온다. 이런 구성이 큰 그림이 되어 범인이 누구인지 암시해 준다.
소설을 신나게 읽어 나가다 보면 작가가 도전장을 던지는 부분이 있다. 최근에 코난이나 김전일을 보면 별 생각 없이 해답편까지 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도전장을 받게 되니 책장을 덮고 한 시간쯤 생각하게 됐다. 가방에서 나오는 물건 덕에 피해자의 신분과 살인 동기는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범인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인물이 여러 사건사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멀쩡한 인물이 몇 있다. 그 중에서 공들여 가며 밀실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거꾸로” 를 떼어놓고 밀실만 보면 말이다. 그러나 “거꾸로” 와 트릭 자체는 생각해 내지 못했다. 반쯤 맞췄다고 치자.
제목이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인 만큼 중국을 묘사한 부분이 나온다. 흔히 서양인들이 가지는 동양 신비주의가 엿보인다. 그걸 “거꾸로” 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게 뜨거운 국을 마시며 “시원하다” 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리라.
이 작품은 소설 안에서 소설 구성을 비꼬는 부분이 있다. 스스로 여성 혐오라고 말하는 엘러리 퀸이 대실 해밋의 실명을 언급해가면서 하드보일드를 비판한다. 퀸의 아버지는 피해자가 긴 여정동안 자연스럽게 목격되는 것을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로 이야기한다.
사족으로 두 소설은 모두 오렌지 색의 중요한 소제가 등장한다. 두 소설 모두 이 둘을 찾아가는 여정을 서술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의 배경이 현대였다면 수화물에서 Made In China가 나와도 아무런 단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작품 속 만다린 프레스의 '만다린' 도 오렌지 사촌 정도 되는 과일이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나름데로 그려본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 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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