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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꿈의 서가/책 2017. 4. 12. 18:59
이유.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어둡고 묵직하고 두꺼운 사회파 추리 소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07780
이 소설은 가상의 기자인 화자가 취재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다른 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이미 종결된 사건을 취재하여 담담히 서술하는 형태이다. 그래서 화자의 서술은 사건 전개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 전개가 느슨하지는 않다. 분량이 꽤 길지만 빠르게 읽히며, 그런 전개에 더해서, 주변 인물의 모습이나 사회의 반응도 자연스럽게 드러나서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일본의 여러 사회 문제가 드러난다. 작가가 ‘화차’ 에서 개인 채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사건의 부동산 문제를 다룬다. 고급 아파트에 얽힌 채무, 야반도주, 불법 점유. 읽다 보면 낯설지 않다. 내가 사는 이 땅의 사회면 기사에서도 많이 접하는 문제 같은데. 이 작품에서는 해체되는 가정의 모습이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작품에 가상의 가족이 등장하여 이런 사회문제를 다룬다는 점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R.P.G’를 생각나게 한다. 흥미롭게 읽어 나가는 동안에 이런 사회 문제를 화두로 던져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 사회파 추리 소설이 주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7697432
코지 미스터리답게 가볍게, 쉽게, 빠르게 읽힌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작은 농촌 마을인데, 현대 사회와 단절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작품 초반의 묘사를 보면 핸드폰은 무용지물이고, 시내 나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있다. 그 마저도 어두워지면 다니지 않는다. 이런 폐쇄된 배경 때문에 추리 소설 치고는 가벼운 사건으로도 긴장감을 잘 유지하게 해준다. 이웃의 시선을 덜 신경 쓰고, 서로 왕래도 적은 도시가 배경이었다면, 이 소설의 사건은 무려 15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미스터리로 남지 못했으리라. 작품에서 제시하는 작은 복선이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모두 밝혀지면서, 결말의 개연성을 잘 살려준다. 이야기가 가볍지만 단순하지 않고 짜임새가 있어서 인상 깊었다. 작가 소개를 보며 ‘연애시대’와 같은 드라마 각본을 쓰는 작가라고 쓰여있다. 이런 소설도 잘 썼다고 감탄하던 찰나, 웬걸.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각본을 썼다는 것을 보고 납득했다. 고립된 학교에서 연쇄 살인마와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다. 구성도 탄탄하고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복선도 잘 회수하며, 이전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지 힘든 신선한 결말도 선사해준다. 이렇게 깊은 내공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닐지.
두 소설을 읽고 소설의 재미는 소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역량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반응형'꿈의 서가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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