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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 13.67꿈의 서가/책 2017. 3.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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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유명한 '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고전 추리 소설의 표본 같다. 소설의 도입부와 끝에서 범인이 사건 개요를 빈 병에 담아 바다로 띄워 보낸다. 이 장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떠올리게 한다. 외딴 섬에 고립된 피해자들이 모두 죽는 전개가 더해져 더욱 그렇게 느낀다. 작품에 등장하는 워드프로세서가 소프트웨어를 말하지 않고 아니라 타자기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 소설에 쌓인 세월을 느꼈다. 그래서 인지 번역이 다소 아쉽다. 마치 바른 생활을 읽는 듯한 '~니?' 로 끝나는 대화가 많다. 작품에 몰입하는데 다소 방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당시로서는 아주 놀라웠을 교묘한 서술 트릭을 사용했다. 비밀 방이나 장치가 존재하는 독특한 공간이 자아내는 긴장감도 한 몫 한다.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된 작품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아쉬운 점은 작품에 사용된 트릭이나 장치들이 이제는 많은 추리물에서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몇 년만 더 일찍 접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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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2013 년에서 1967 년까지 발생한 여러 사건을 서술했다. 이 작품은 지명이나 인명을 홍콩 현지 발음으로 적어 처음에는 낯설다. 하지만 곧 익숙해졌고 정말 즐겁게 읽었다. 실제 홍콩에서 있었던 일이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많다. 때문에 홍콩의 역사나 문화를 일부 나마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의 소설을 볼 때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특이하게도 최근의 사건에서 과거의 사건으로 서술했다. 최근의 사건 전개와 과거의 사건이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과거 사건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또 관전둬와 샤오밍의 인연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이렇게 교묘하게 연결되는 서술이 이 작품의 큰 재미이다. 형사가 등장하는 작품은 하드보일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조금 다르다.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대부분 지능범이다. 때문에 이들의 범죄를 깨뜨려가는 두 형사도 육체파 형사들이라기 보다는 탐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관줜더 형사는 정말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마치 부처님이 손바닥 안에 손오공을 놓고 내려다 보듯이. 이에 더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자를 체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그 목적이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도한 악인을 벌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조리한 현실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이런 해결 방법에 쾌감을 느꼈다.
지난 주 모임에서 클럽원 끼리 의도한 데로 좋은 작품 선택이었다.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오래된 작품 중에서 다시 읽어도 가치가 있는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은 한 장르의 골격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 나오는 작품들은 이런 골격 위에 신선한 살을 더해 독자들에게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 같다.반응형'꿈의 서가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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