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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래로 별처럼 빛나고 얼굴을 만지는 차갑고 부드러운 손길 수고로이 내려도 쌓이지 못하고 다 녹아 버리는내 얼굴로 내려 흐르는 눈물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슬픔비겁한 나에게는그 한기가 오히려 처량한 위안이다힘겹게 어둠을 뚫고 나오는 그들의 춤을 보자어지러이 떨리는 그들의 손 끝을 쫓아잊지 말자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이를우리 삶의 한 귀퉁이에 서서 가만히 들어 보라 차갑게 토해내는 설움이 복바친 울음을
손톱을 깍노라면하나에 하나씩 시름을 던다톡톡톡최후에는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손톱이 자란다쑥쑥쑥
갈라진 손 마디의 틈으로 설움이 터져 나온다눈물 같은 소주의 향이나담배 맛을 몰랐으면 좋았으려나불이 꺼진 가로등과 같이 홀로 외로워까만 밤을 홀로 하얗게 센다 내가 그의 부목이었으면
막차를 실은 선로가 내지르는 소리가길고 어두운 적막의 동굴을 찢으며 간다시간에 짓눌려 짜부라진 발들을 싣고비명을 지르며 한 눈도 팔 수 없이나아간다 열차를 내려 작은 집으로 돌아가면내일은 슬픈 오늘의다른 말이다침대에 모로 누워 있으면눈꺼풀을 들추면서 새벽이 운다
당신과 이별한 후에도나는똑같은 길을 걷고당신도 똑같은 길을 걷겠지만당신은,당신은 세상에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습니다.나를 너무 잘 알아 두렵다는당신에게나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나는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눈이 녹아 붉은 꽃이 다시 피어 날 때 까지만 당신을 그립니다
가슴으로 자꾸 눈물이 샌다이리저리 틀어 막아보아도끓어 넘치는 생선 찌개처럼흘러 넘친다 아 바다의 시큼하고 비릿한 향처럼코끝에 느껴지는 아픔은모래에 쓸려버린팔꿈치의 상처 하얀 소금에 마취한 아픔은홀로 켜켜이 어둠을 덮는감지 못하는 눈동자얕은 숨은 다시 가슴 속에서 자꾸 샌다밤에 홀로 외로워 수평선 위를펄떡일 꼬리처럼생각이 날뛴다 틀어 막는 손 틈 사이로 터져 나오는외침아!그대여! 저 하늘의 어느 별을 보고 있는가
겁쟁이가 아니라면비겁하지 않다면저항하지 못하는 마음에 저항하라. 그 누구 스스로에 불을 지르고,찢어지는 외마디로 스러지고,그 누구 강에 몸을 던지고,차갑고 영원한 침묵으로 외친다.그 누구는 몇 자의 글을 깨작인다.이렇게. 봄이 오면 고목은 꽃을 피워,겨울의 노송은 푸른 잎을 내밀고 세상에 맞선다.단지,나는 쉬이 입을 닫는다.이렇게. 겁먹지 않았다면비겁하지 않다면저항하지 않으려는 나약한 마음에 저항하라.
하얗게 세버린 재 속에서꽃잎은 붉게 타올라새로운 날개로 피어난다. 마음의 어둠을 잘라내어차가운 신념으로사그라들여 새로이 담금질 한다. 마음이란 너무나 제멋데로여서흩뿌려진 분처럼붙들어 두지 않으면 사방으로 날뛴다. 눈을 감아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어둠 속에서어린 마음을 흩어낸다. 오롯이 쌓여가는 미욱한 감정을새로운 씨앗으로붉은 꽃은 피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