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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다꿈의 서가/책 2023. 12. 28. 04:55
점성술 살인사건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분기점이 된 걸작 《점성술 살인사건》이 국내 첫 출간 이후 14년 만에 완전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은 고단샤에서 출간된 《시마다 소지 전집 1》에 실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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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을 알고 봐 버렸다. 이 소설의 중요한 속임수는 김전일의 육각촌 살인과 완벽히 같다. 이미 표절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등장인물 목록과 헤이키치의 수기를 읽는 순간부터 범인과 동기까지 추론할 수 있었다. 나처럼 세 번째 살인의 진실을 알면, 첫 번째 살인과 두 번째 살인의 속임수와 동기도 예상할 수 있다. 결말을 알고 보니 주인공이 열심히 삽질하고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남은 건 세부적인 속임수와 범행 동기가 내 생각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분량이 만만치 않게 많은 책이었다. 만약 내가 속임수를 몰랐다면? 정말 재밌게 읽었으리라. 손에 꼽을 정도로.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이 소설은 글발을 즐길 만한 부분도 없어서 더더욱. 결말을 알고 보는 '식스센스'가 재미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영화가 훌륭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쩌겠는가? 표절을 한 사람이 잘못이지. 심지어는 침대를 들어 올려 살해하는 속임수까지 언급이 된다. 육각촉 살인에서는 실제로 이 속임수가 사용된다. 이건 다른 고전 소설에 나왔던 속임수라고 한다. 표절 사실에 대해서 시미다 소지는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당시에 꽤 논란이었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유명 추리소설작가의 작품을 유명 만화 원작가가 도용했으니. 육각촌 살인이 김전일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서 더욱 아쉽다.
해무도
밀리언셀러클럽 한국편 31권. 외딴 섬마을에 전해져오는 구전 괴담을 소재로 밀실 미스터리를 선보인 <해무도>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기담을 살인사건의 배경으로 삼고 고립된 섬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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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는 정통 추리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두 소설을 모두 읽고 진짜 무서운 것은 귀신이나 악마가 아니라고 느꼈다. 살인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두 살인은 모두 사람이 벌인다.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이다. 해무도는 인간이 살인을-정당화될 수는 없겠으나 저지를 상황으로
내모는 짐승 같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성술 살인은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헤이키치의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를 이용하여 실행으로 옮기는 진범의 모습 또한 악마와 같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은 잔혹한 살인 속에서 때로 무엇이 인간다움인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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