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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이는 미치지 않았다꿈의 서가/책 2023. 12. 28. 04:42
[세트] 돈키호테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의 <돈키호테>. <돈키호테>에 담긴 세르반테스의 문체와 정신을 고스란히 한국어로 번역하고자 고려대학교 스페인어문학과 안영옥 교수는 5년의 고증과 스페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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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읽는다. 깨닫는다. 작가가 돈키호테를 사랑하듯 나도 사랑하게 되리라. 식지 않는 열정, 끊임없는 긍정과 웃음, 순수 때문에. 작가도, 돈키호테도, 산초도, 그리고 나오는 사람 마다 세상을 비꼰다. 놀라운 감각이다. 시대를 뛰어 넘어 이 세기를 사는 나까지 웃음 짓게 한다. 그리고 구시대의 유물로 느껴지는 여러 '기사'의 모습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의로운 기사>
엉뚱하지만 의로운 기사. 어느 날 돈키호테는 하늘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편력 기사의 길을 간다. 그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며 망상에 빠졌다. 그냥 미친 사람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곱게 미쳤다. 매맞는 아이를 농부에게서 구하는 이야기처럼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의롭다고 해서 항상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키호테가 사라지자 다시 아이를 매질하는 농부를 봤다. 우습게도 오늘 날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구원의 손길이 닫지 않는 세상. 법의 테두리 밖의 세상.
<순수의 기사>
섬을 주겠다는 돈키호테. 그를 믿고 따르고 감동하고 놀리고 화내는 산초. 순수한 그들 귀엽다. 보는 이 마다 그들이 재정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들이 너무나 순수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돈키호테는 엉뚱한 것 같지만 그의 말은 날카롭다. 뼈가 있다. 유창하게 과거의 이상향을 말하며 낡은 현실을 비판할 때는 감탄했다. 이야기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오직 자신의 유일한 귀부인, 둘시네아만을 섬긴다. 돈 페르난도에 비하면 돈키호테는 성자요, 진정한 기사다.
그는 산 속에서 "이미 미쳐버린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미쳐야 절묘하다"고 말한다. 이 놀라운 아이러니는 웃음을 자아낸다. 아깝 도다! 돈키호테는 이런 발상과 상상력으로 작가를 했어야 했다!
<낭만의 기사>
자신의 귀부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된 기사. 낭만적인 이야기다. 이 책에는 유독 사랑 이야기가 많다. 그래, 기사도에서 사랑을 빼면 또 무엇이 남을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탄식하는 안토니오의 노래는 감동적이다. 긴 시대를 지나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내 마을에 울렸다. 그리스토모의 시도 감동적이다.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 사랑과 절망. 시와 노래, 로맨스. 수많은 이가 사랑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 때로는 어리석게 보이지만 순수한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내가 잃어 버린 무언 가가 있을까? 그러니 마르셀라의 말이 또한 옳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자유라면 거절하는 것도 자유다. 내 마음과 갖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잔인하게도. 내 마음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도 폭력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어렵고 그 완성은 요원하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불굴의 기사>
돈키호테와 산초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불굴의 의지로 꿈을 쫓는다. 돌진한 거인의 정체가 풍차일지라도, 무뢰배에게 얻어 맞아 창이 부러지고 온 몸이 부러져도. 삼손 역시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이루려는 목적을 위해 스스로 미치기 까지 한다. 나는 인생이 짧다는 핑계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쉽게 포기하고 있지 않을까?
<지혜로운 기사>
돈키호테도 산초도 지혜롭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2부의 산초는 훌륭한 위정자였다. 돈키호테도 맨정신일 때는 지혜롭다. 시에 대한 놀라운 통찰,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현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췄다. 우연히 만난 돈 디에고는 돈키호테의 말을 듣고 크게 깨우친다.
<꿈에서 깬 기사>
이제 모험을 끝마친 기사는 갑옷을 벗고 창과 방패도 버린다. 현실로 돌아온다. <슬픈 몰골의 기사>돈키호테는 최후에는 알론소 키하노로 돌아왔다. 기사는 마법에서 깨어나고 공주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꿈은 깨어지고 삶은 권태롭다. 돛을 잃은 배처럼 흔들릴 뿐이다.
책 속에는 꿈이 있고, 동시에 삶이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가 불가능을 꿈꾸게 하고 순수하고 집요하게 쫓게 한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올 때 까지. 그리고 그의 눈으로 비뚤어진 세상을 비뚤어지게 바라본다. 기사 소설 때문에 변한 그처럼, 나도 돈키호테를 읽고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 나는 내가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불가능한 꿈을 꾸고 싶다. 체 게바라가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는 그 말처럼. 꿈꾸는 건 젊은 이의 특권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니, 꿈꾸는 건 모든 인간의 특권이다. 나이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돈키호테는 말을 타고 창을 쓴다. 온 마음으로 공주를 섬기고, 망설이지 않고 거인에게 돌진한다. 내가 나이가 들어 몸이 쇠하더라도 그러고 싶다. 그저 한 여름의 꿈일지라도. 그저 살아져서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살고 싶다. 다만, 남에게 민폐가 아닌 한에서 말이다. 적어도 나는 맘브리노의 황금투구는 필요가 없으니.
뱀발: 문득 안셀모와 로타리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이야기는 뱀발이었다. 그러니 느낀 바도 뱀발로 쓴다. 사랑은 시험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석조저택살인사건'의 마지막처럼. 믿음은 나의 몫이다. 배신이 당신의 몫일지라도. 어리석은 실수일지라도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살 뿐이다. 상처도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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