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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다꿈의 서가/책 2023. 12. 28. 04:55
나는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을 알고 봐 버렸다. 이 소설의 중요한 속임수는 김전일의 육각촌 살인과 완벽히 같다. 이미 표절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등장인물 목록과 헤이키치의 수기를 읽는 순간부터 범인과 동기까지 추론할 수 있었다. 나처럼 세 번째 살인의 진실을 알면, 첫 번째 살인과 두 번째 살인의 속임수와 동기도 예상할 수 있다. 결말을 알고 보니 주인공이 열심히 삽질하고 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남은 건 세부적인 속임수와 범행 동기가 내 생각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분량이 만만치 않게 많은 책이었다. 만약 내가 속임수를 몰랐다면? 정말 재밌게 읽었으리라. 손에 꼽을 정도로.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이 소설은 글발을 즐길 만한 부분도 없어서 더더욱. 결말을 알고 보는 '식스센스'가 재미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영화가 훌륭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쩌겠는가? 표절을 한 사람이 잘못이지. 심지어는 침대를 들어 올려 살해하는 속임수까지 언급이 된다. 육각촉 살인에서는 실제로 이 속임수가 사용된다. 이건 다른 고전 소설에 나왔던 속임수라고 한다. 표절 사실에 대해서 시미다 소지는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겼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당시에 꽤 논란이었다고 한다. 그럴 만하다. 유명 추리소설작가의 작품을 유명 만화 원작가가 도용했으니. 육각촌 살인이 김전일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서 더욱 아쉽다.
해무도는 정통 추리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두 소설을 모두 읽고 진짜 무서운 것은 귀신이나 악마가 아니라고 느꼈다. 살인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두 살인은 모두 사람이 벌인다.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이다. 해무도는 인간이 살인을-정당화될 수는 없겠으나 저지를 상황으로
내모는 짐승 같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성술 살인은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헤이키치의 발상에서 시작된다. 이를 이용하여 실행으로 옮기는 진범의 모습 또한 악마와 같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은 잔혹한 살인 속에서 때로 무엇이 인간다움인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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