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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꿈의 서가/한 평 극장 2017. 10. 9. 02:03
1982년 작.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사랑은 이 때부터 였나 보다. 곧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하기 때문에 복습했다. 아주 어릴 적에 본 영화라 해리슨 포드가 나왔다는 것 빼고는 거의 기억이 안 났다. 2007년 나온 최종판을 구해서 봤는데, 내가 본 적이 있던 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일본 여성이 등장하는 거대 광고가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등장한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80년대에 일본은 버블 경제로 급성장했다. 이 때 일본의 경제 규모는 미국을 위협할 정도. 미국인들의 위기 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일본인이 등장하는 장면도 한다. 초반에 데커드가 노점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장면에서 일본인 주인에게 무언가를 네 개 달라고 한다. 주인은 두개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 뒤에 데커드는 국수도 시켜 국수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는 생선 돈부리 같은 것을 먹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최종판에서는 이 장면이 없어졌는데,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쫓는 리플리컨트(인조인간)가 넷이고 둘을 직접 죽이게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해설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커드가 몇 번에 걸쳐서 주인과 실랑이를 해서 복선으로 보였다.
데커드의 테스트 때문에 자신이 레플리컨트라는 사실을 깨닫는 레이첼(숀 영). 타이렐사에서 도망친 후에 데커드에게 의탁한다. 피아노 앞에서 포스터의 포마드 같은 머리를 푸는 장면이 있다. 피아노를 치는 레이첼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나와서 인상 깊은 장면이다. 이후에 데커드와 애정신이 이어진다. 단호하게 레플리컨트를 '제거'하던 데커드는 정말 레이첼을 인간처럼 사랑하게 된다. 데커드의 심경 변화를 레이첼의 머리 모양의 변화로 상징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은 로이(룻거 하우어)가 건물 밑으로 추락하려는 데커드를 구하고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맞는 장면이다. 이 때 빗 속의 눈물처럼(like tears in rain)이라고 읖조린다. 이 장면은 건물에 매달린 데커드에게 공포를 느끼냐고 묻고 그것이 노예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장면과 대조를 이룬다. 로이는 최후에는 죽음의 공포 마저도 극복한다. 그리고 자신을 이용한 인간을 구한다. 인간을 뛰어넘어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레이첼과 데커드가 사람에 빠지는 장면, 로이의 최후를 바라보면서 생각해 본다. 인간이 '인간답다' 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의 기억? 감정? 이성?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 말도 정답은 아니다. 레플리컨트도 같은 말을 한다. 어렵다. 살아오면서 많이 고민해 봤지만 어렵다. 이 영화는 어렵지만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로이의 모습에서 정답을 조금 찾아 본다면 다음과 같으려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 드리고 증오를 넘어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데커드가 정체가 사실은 레플리컨트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영화에 중의적인 대사와 상징적인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감독도 노리고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데커드가 쫓는 레플리컨트에 비해서 신체가 너무 약하다. 후반부에 로이에게 쫓길 때는 장르가 추적물에서 공포물로 바뀔 정도다. 게다가 그렇다면 로이는 데커가 같은 레플리컨트여서 구한 것이다. 앞서 열심히 고민한 영화의 주제가 퇴색된다. 결국은 보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러고 보면 후속편에도 데커드가 나오기 때문에 설정에 오류가 생긴다.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레플리컨트의 수명이 30년이 넘게되므로.
2007년 최종판 포스터.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나니 왓챠에 평가해 놓은 '공각기동대' 실사판의 별점을 반 개 까러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관을 너무나 잘 표현한 영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공각 기동대>와 같은 수많은 작품이 오마쥬한 걸작 중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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