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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스포 주의)꿈의 서가/한 평 극장 2017. 8. 5. 21:37
장훈 감독. 2017년 작.
광주의 진실을 알린 두 영웅.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의 이야기. 518의 현장을 제 3자의 눈으로 담아낸 영화. 그 날의 광주를 상업 영화의 덕목을 잃지 않으면서 담아내느 작품이다.
김만섭(김사복) 은 개인 택시를 몬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비싼 학비를 내고 데모하러 다닌다고 학생들을 욕하는 꼰대 같은 면을 보인다. 하지만 임산부를 급히 병원까지 태워다 주고 택시비도 받지 않고 돌아서는 모습을 봐서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다.
만섭 홀아비다. 엄마 없이 어린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 친구집에서 사글세를 사는데 4개월치가 밀렸다. 집세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다가 기사 식당에서 광주에 갔다가 오면 10만원을 준다는 외국인 손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손님이 광주의 진실을 전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다.
광주 택시 기사로 등장하는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송강호와 같이 호흡을 맞췄다고 한다. 두 배우가 수 많은 영화를 찍은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다.
류준열은 대학 가요제를 꿈꾸는 대학생으로 나온다. 작품의 소소한 재미와 비극을 모두 담당하는 인물.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류준열의 연기는 빛을 잃지 않는다.
힌츠페터 역을 맡은 토마스 크레취만이다. 늘상 나치 역할로만 나오던 배우를 이런 역할로 만나니 낯설기도 하다.
서울에서 온 택시 기사, 독일인 기자.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모두 518의 제 3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들의 눈으로 봐도 광주의 비극은 옅어지지 않는다. 한국 영화에서 항상 지적되는 '신파' 장면이 없지만 울컥울컥하는 눈물을 막기 힘들다. 영화는 내내 담담하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담담할 수 없다.
만섭 일행은 전남 번호판을 달고 검문을 통과하려다가 차량 수색을 받는다. 트렁크에서 서울 표지판이 발견되지만 하사관은 통과시켜 준다. 이 부대는 군부에서 직접 내려보낸 20사단이나 공수부대는 아닐 것이고, 전남 향토군으로 보인다. 따라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며, 실제로 검문소의 군인이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보내준 것 같다는 힌츠페터의 증언을 따른 장면이라고 한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최후의 차량 추격 장면은 오히려 사족같은 느낌이다. 검문 통과 장면의 긴장감과 반전을 무색하게 하여, 영화가 전하는 감동을 희석한다.
얼마 전에 전두환 회고록이 발간 되었다. 어제 법원 판결로 배포와 판매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날의 가해자가 떵떵거리고 사는 사회이다. 그런 현실에서 아직도 온전히 치유받지 못한 이들을 함께 기억하고 아픔을 함깨 해줄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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