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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스포주의)꿈의 서가/한 평 극장 2017. 10. 16. 22:38
2017년 개봉. 미키 타카히로 감독 작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러브레터, 무지개 여신, 이터널 선샤인 이후로 가장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영화. 타임 슬립이나 루프가 아닌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는 설정이 독특한 영화. 판타지 멜로 영화지만 사실은 흔한 사랑 이야기.
에미 역을 맡은 고마츠 나나는 이렇게 약간 어둠이 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 같다. 분위기가 워낙 독특한 배우인지라.
타카토시는 에미와 만나고 시간이 갈 수록 멋져 진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 더 아름다워지는게 맞는 듯.
타카토시의 시작은 에미의 끝이고, 에미의 시작은 타카토시의 끝이다. 에미는 자주 운다. 타카토시에게는 처음인 모든 것이 에미에게는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타카토시는 둘은 서로의 시간이 반대로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에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를 깨닫는다. 타카토시는 그 마음을 깨닫고 남은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 때문에.
에미의 시간이 흐를 수록 타카토시는 점점 에미와 멀어진다. 에미는 여전히 타카토시를 사랑하지만 타카토시는 에미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 간다. 그 모습이 서로 마음이 엇갈려 이별하는 현실의 연인같아 보여 더 안타까웠다. 영화의 마지막은 전철에서 타카토시를 바라보며 설레는 에미의 모습으로 끝난다. 그들의 끝은 다시 시작이었다.
왜 나는 그들처럼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사랑하지 못했을까? 인생에 단 한 번이었던 그 순간을 더 소중히 하지 못했을까? 왜 내가 그녀를 사랑하려고 노력한 만큼, 그녀도 나를 사랑하려고 얼마나 많을 노력을 했을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이제는 아는 것을 그 때는 왜 몰랐을까?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자.
영화는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한다. 교토의 풍광과 빛으로 덫칠한 듯한 영상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영화에 내내 전철이 나온다. 철도를 따라 전차는 엇갈려 달리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한 역에서 함께 머무를 수 있다. 헤어지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 선을 이루는 선로는 연결되어 원을 이룬다. 마치 두 주인공의 시간이 반대 방향이 반대로 흐르지만 영원한 고리로 연결된 것 처럼.
back number 의 Happy End가 엔딩곡으로 흐는 동안 극장을 뜰 수가 없었다. 끝 없는 선로를 따라 흐르는 이 노래는 영화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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