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메이커-레비 혜성처럼

천문학은 별을 바라는 학문이고

천문학자는 별을 바라는 사람이고

천문학자는 때로 별에 이름을 짓는다

천문학자는 이미 돌아가던 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다

 

슈메이커-레비 9 는

슈메이커와 레비가 발견해서

이름이 슈메이커-레비 9 이다

 

슈메이커-레비는

이름이 붙고 한 해만에 사라졌다

목성의 품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슈메이커와 레비가 발견하고

한 해만에 사라진 혜성은

목성에 지구만한 상흔을 남겼지만

목성은 이내 잊었다

붉었던 그 상처는 사그러들었다

 

그 별은 내가 발견하기 전에

다른 이가 이미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이름은 내가 원한 이름이다

내가 그린 이름이다

내 그린 그 이름은

나에게 새롭게 설레는 별이다

 

그러나 이제는 슈메이커-레비처럼

혜성처럼

목성의 상흔처럼

붉었던 상처는

사라져 버리고

내가 그린 이름은

내가 설레인 이름은

이제는 내가 지은 이름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