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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붉은 낙엽(스포주의)꿈의 서가/책 2019. 8. 20. 01:03
두 소설 모두 읽는 내내 고통스럽다. 내가 이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내면의 어둠을 하나씩 접하면서.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by 소네 케이스케 (지은이) / 김은모
목욕탕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가장과 정의감 따위 개나 준 악덕 형사, 가정 폭력과 빚에 시달리는 가정주부 등 고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1억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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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처음에는 각각 잘린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많은 인물이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다. 장을 넘길수록 인간의 어둠이 드러난다. 장막을 들추니 또 장막이 드리운다. 자기가 판 우물 안에서 발목부터 차오르는 물에서 발버둥 치는 인생들. 인간의 길을 벗어난 자들.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다 죄를 짓는다. 죄를 짓고 반성하지 않고, 원죄에서 벗어나려 더 큰 죄를 짓는다. 인간의 길을 벗어난 짐승들. 료스케는 자업자득이라지만 미나와 간지는 안타까운 면도 있다. 분명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지만. 삶은 왜 이리 힘든가? 이들이 처한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지푸라기처럼 흔들리던 세 사람의 이야기는 럭키 스트라이크와 보스턴 백으로 절묘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모두가 파멸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는 묻는다. 세상에 천벌이 존재할까? 그리고 답한다. 아마도. 악인이 악인을 벌하는 것도 천벌이라면.
제발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붉은 낙엽 by 토머스 H. 쿡 (지은이) / 장은재
미국추리작가협회상, 앤서니 상, 배리 상 수상에 빛나는 토머스 H. 쿡의 장편 추리소설. 유괴라는 범죄가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지만, 추리보다는 가족과 삶의 진실을 찾는 여정에 집중하는 소설로써, 「뉴스위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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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추리소설의 전형은 아니다. 불가능한 범죄가 일어나지도,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이 절묘하지도 않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범인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 어떤 소설보다 읽는 동안 심장이 조여온다. 가족을 의심하는 고통에 뒤틀려가는 에릭의 모습 때문에.
에이미가 실종된다. 범인은 내 아들인 것 같다. 키이스. 의심이란 독이 싹을 피우면 온몸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가을이 와서 단풍이 붉게 물드는 것처럼 행복했던 가족의 계절도 저물어 간다. 아버지, 형, 부인까지 아무도 믿지 못한다. 내가 이해했다고 생각한 세상이 무너진다. 가족을 의심하고, 그 모든 의심이 내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아들과 극적으로 화해한다. 아주 작은 믿음을 통해. 그러나 끝내 비극이 기다린다. 나는 붉은 낙엽이 질 때마다 피로 물든 정원을 떠올린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살고 있을까? 가족이 범죄자로 의심을 받는다면? 끝까지 믿어 줄 수 있을까? 피할 수 없는 비극이 찾아온다면? 삶을 회복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다. 그러니 제발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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