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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 무증거 범죄(스포주의)꿈의 서가/책 2019. 7. 23. 22:53
안녕, 드뷔시 by 나카야마 시치리 (지은이) / 이정민
2009년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 <안녕, 드뷔시>가 출간 10년 만에 블루홀식스에서 새롭게 번역.출간되었다. 새로운 번역.출간을 기념해 한국어판 저자 서문과 최신 프로필 사진도 추가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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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화재로 할아버지와 사촌을 잃은 하루카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의 악의가 드러난다. 유산 때문일까? 갑자기 하루카의 어머니가 사망한다. 유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범인은...
하루카는 드뷔시의 곡이 눈앞에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좋아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글자로 그림을 그려낸다. 미사키나 하루카의 정열적인 연주가 눈 앞에 보였다.
결말의 반전을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극복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실존주의로 가득하다. 쇼펜하우어는 삶은 고통이라고 했다. 작가는 그런 고난과 시련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하루카를 통해 보여준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발버둥치는, 발악하는 삶. 장애를 가지게 된 하루카는 '투쟁'한다. 육체적인, 정신적인 고통을 예술로써 승화한다. 만화 <4월은 너의 거짓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삶을 선택하진 않았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던져졌다'. 하지만 나를 다시 '던질 수 있다'. 어떻게 태어날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정할 수 있다.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고 원하는 방식으로 걸어갈지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얼마나 치열한가?
흔히 쇼펜하우어를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금욕적으로 살았다. 고통스러운 삶을 철저히 사유했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고통받는 이를 '동정'하는 삶을 역설했다. 미사키가 그런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에서 '불관용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남들의 잘못된 기대와 오해는 사람을 망칠 수도 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하지 않은지 돌아본다. 남을 함부로 재단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한편으로는 끝까지 자신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하루카처럼
최후에 나를 구원할 사람은 나일 테니.
무증거 범죄 by 쯔진천 (지은이) / 최정숙
중국 3대 추리소설가이자 대신大神이라 불리는 쯔진천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그에게 사회파 추리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추리의 왕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3년간 이어진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살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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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대체 범인을 어떻게 특정 지을까? 눈 앞에 보이는 뚜렷한 동기도 살해 방법도 증거도 없다. 지문이 남아 있는데도 범인을 찾지 못하다니 의아했다. 혹시 산아 제한 때문에 호적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범인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을 완전히 속일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범인의 정체는 곧 밝혀진다. 역시 천재라 부를만한 인물이 범인이었다. 범인의 정체보다 그 사람이 범행의 동기가 중요했던 소설이다.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용의자 X의 헌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다. 범인을 추적하는 옌랑은 수학자다. 고차원 방정식의 풀이를 범죄 수사에 연결해 보여준다. 고차원 방정식의 일반적인 풀이 방법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단서에서 범인을 도출하는게 아니라 범인을 특정하고 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카와 마나부'가 떠오르게 하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정의로운 것 같은 러원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 증거를 조작한다. 남의 죄를 감추기 위한 범죄를 저지른다. 이성을 뛰어넘는 연민 때문이다. 가족애 앞에서 그는 도덕을 버리고 악마가 되기를 자처한다. 옌량도 그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그를 더욱 범인으로 의심했는지 모른다. 최후에 러원은 자신이 파렴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며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지켜주려던 사람들은 체포되고 만다. 이 전개는 <용의자 X 의 헌신>과 판박이다. 분명 재밌는 소설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으로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 때의 충격에 비하자면 글쎄. 차라리 띠지와 옮긴 이의 말에 그런 문구가 없었더라면.
이 살인들이 공권력이 무능하여서 발생했다. 안타깝다. 소설 속의 파렴치한 범죄자가 제대로 수사되거나 처벌되었다면 살인이 일어났을까? 안타깝다. 이것이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지금도 고통받을 사람들은 생각해 본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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