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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건 작건, 현실을 고발합니다. (데드맨 + 선암여고 탐정단) (스포주의)꿈의 서가/책 2019. 4. 2. 23:38
이것은 추리 소설인가? 의학 소설인가?
연달아서 신체 일부만 가져가는 범인. 현장에 남겨진 증거는 절단한 신체를 보존하려는 듯한 흔적까지 남아 있다. 데드맨이 눈을 떴을 때, 정말 시체가 소생한 것 같은 묘사에 당황했다. 정말 그런 전개였다면? 크게 실망했으리라. 사실 그는 로보토미 시술을 받은 늙은 형사였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형사는 육체가 죽은 것보다 더한 고통을 당했다. 기억을 잃고 정신을 조종당했다. 육체가 아닌 인격이 죽어 버린 삶. 그것이 데드맨이다.
그렇게 만든 악인을 끝내 쏘지 못하는 형사. 그는 끝까지 훌륭한 형사였다. 그리고 끝까지 수사를 해나가는 후배 형사들의 집념도 놀라웠다. 이 작품에는 훌륭한 형사와 사연 있는 범인이 나온다. 선과 악의 모호함을 묻는다. 어디서 많이 본 일본 추리 소설 같다. 그래서 낡은가? 아니다. 아주 매우 훌륭한 작품이다. 그리고 현실의 부조리는 이런 소설을 통해 계속 고발해야 한다.
이 작품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오마주한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소재를 잘 가져다 썼다. 피해자의 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 아조트, 수십 년 후에 밝혀지는 범인과 사건의 진상, 의외의 범인. 그냥 흉내내기였다면 진부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훌륭하게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로보토미나 정신질환을 묘사한 내용만 때어내면 의학 소설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작가가 그런 내용을 겉돌지 않게 담아냈다.
거대한 사건과 작은 사건
요즘 현실에서 너무 어마어마한 범죄를 보고 있어서 그럴까? 이 책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 나오는 사건들은 사소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소설 속 다섯 가지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러 병폐를 보여준다. 시험지 유출, 낙태, 왕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 남을 밟아야 하는 세상, 꿈과 희망과 행복이 가득해야 할 학교의 어두운 면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뒤틀린, 뒤틀려 버린 사람들.
분명 학교에서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베풀고 살면 모두 행복해진다고 배웠는데. 결국, 그러지 못한 사람들.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은 어린 학생보다 못하다. 성인이라는 말이 아깝다. 아직 다 자라지 못했으니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은 사람들. 현실의 범죄들도 모두 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뒤틀린, 뒤틀려 버린 사람들. 데드맨을 의학 소설에 견주어 봤는데, 이 소설은 심리학이나 정신 병리학 서적에 비할 수 있겠다. 나오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너무나 불안하고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어둡다. 작품은 밝고 왁자지껄하고 가벼우라 한다. 그렇지만 내 가슴은 여고 괴담을 봤을 때처럼, 알 수 없이 낯설고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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