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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 일곱 개의 관)(스포주의)꿈의 서가/책 2019. 3. 6. 00:01
로맨스가 너무 많다
연쇄 살인의 시작과 끝은 한 사람을 향한다. 윌리엄 올리버 레이튼 폭스, 일명 울프에게. 이 소설은 시체가 봉제 인형처럼 꾀어져 있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시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울프의 방이다. 이 그리고 곧 살인범은 살인 예고를 보낸다. 범인은 경찰에게 두 가지 과제를 준다.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일, 살인범의 명단에 나온 피해자를 지키는 일. 범인은 마지막 희생자로 울프를 지목한다.
그리고 범인은 희생자를 보호하는 경찰을 비웃으며 한 명씩 살해한다. 희생자의 행동을 예측하여 원격에서 살인하는 범인은 충격과 공포다. 그러나 이런 살해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계산과 다르게 행동했다면? 범인은 엄청나게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너무 운에 의존한다. 그리고 중간에는 스스로 약속을 깨버리고 결행일을 앞당긴다. 희생자가 보호받고 있는 안전 가옥에 침입했다가 혈흔을 남기기도 한다. 결국, 냉혹한 살인마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까? 이런 모습들은 후반부에 그가 자신을 드러내는 장면이 설득력이 있게 한다.
읽는 동안 결말을 상상해 봤다. 범인이 울프를 죽이고 자살처럼 꾸미려고 할까? 너무 뻔해서 아닐것 같았다. 파우스트 거래라는 전개가 신선했다. 만약 울프가 직접 복수극에 나선 것이 반전이었다면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 후반부에 범인과 울프가 직접 대결하는 장면은 어쩔 수 없는 전개였을 것이다. 만약 범인이 끝까지 지능적인 방법으로 울프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울프가 죽는 결말만은 피해야 했다. 작가는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며 범인을 과시욕과 자만심이 넘치게 묘사했다.
최후에 울프는 진짜로 늑대가 되어 버렸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고 거의 악마가 되었다. 복수의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듯.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이 소설에는 어디서 많이 본 소재가 등장한다. 일단, 로맨스가 너무 많다. 울프는 총 세 명의 여인과 엮여있다. 당장 몇 주 후에 죽게 생겼는데! 세 여인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이해는 하지만. 어김없이 부패한 언론이 등장한다. 너무나도 뻔한 모습으로. 그럼에도 설득력이 있는 건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 ‘세븐’을 떠오르게 한다. 연쇄 살인범이 마지막 희생자로 형사를 선택하는 점, 독특한 살해 방법, 그리고 담당 형사가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흔한 장치들과 소재를 사용해도 작품은 재밌다. 익숙한 재료로도 훌륭한 맛을 낸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처럼.
밀실이 너무 많다
앞서 읽은 “봉제 인형 살인사건”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살인 사건이 났는데도 유쾌한 경찰이 등장한다. 존 딕슨 카 집착병자인 구로호시는 밀실 살인을 만나면 “‘밀실이다!”를 외치며 담뿍 웃는다. 속으로도 아니고 겉으로 말이다. 그런 구로호시를 구박하는 후배 다케우치가 등장한다. 투닥투닥 거리는 두 사람을 보자니 추리 만화를 보는 것도 같다.
이 소설은 구로호시와 다케우치가 겪는 여러 밀실 살인을 엮어 놓은 책이다. 이야기는 짤막하고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헛다리 짚는 구로호시의 추리 뒤에 깜짝 놀랄 밀실의 반전이 기다린다. 소설 속에서 ‘소설과 현실은 다르다!’고 일깨우는 점이 재밌다. 밀실소설의 트릭은 뿐이다. 이런 재미를 주고 나서 고민해볼 화두도 던져준다.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사람과 의도를 가지고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있다. 누가 더 나쁠까? 죄를 벌할 때 행위를 우선해야 할까 의도를 우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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