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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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1. 1. 4. 23:53
감자의 흉으로 싹이 트듯 지문처럼 갈라진 구덩이에는 새살이 차오를 거다 가을이 지나면 죽은 잎은 눈을 덮고 다시 줄기를 통해 하늘을 만날 날을 기다릴 거다 죽어버린 눈은 까맣게 타버린 살을 녹여 푸른 하늘로 돌아갈 거다 그렇게 다 괜찮아 진다 나의 모진 말도 너의 낯선 얼굴도 다시 봄이 오면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벚나무 가지에 꽃이 내려 앉듯이 개나리가 가지를 타고 봉오리를 오르듯이 우리는 흘러 갈 것이고 어쩌면 다시 만날 것이다 뜨거운 바람이 내 두 눈을 말릴 즈음이면 아마 아마도 다 괜찮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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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1. 1. 4. 23:53
두 귀에 안개가 드리우고 두 눈에 폭풍이 들이친다 하늘은 무너진다 당신의 마지막과 같이 쿵 가라앉는 먹구름은 비를 뿌리고 천둥이 울리고 먼저 번개를 앞세우고 빛나고 사라지는 삶 열렸다면 언젠가는 닫히는 문 앞에서 벙어리로 태어나고 귀머거리로 태어난 것처럼 말 하나 하지 못하고 들리지 않지만 외치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지려 서둘러 서둘러 울고 붙잡아도 서둘러 매달려도 이제 무거운 문을 닫고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에 열 때까지 천둥이 울리고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먹구름 속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이 무너지고 무너졌다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