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까리기/작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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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0. 1. 13. 00:46
낯선 풍경 회색으로 칠한 장막으로 덮인 도시 한 꺼풀 감아 어두운 얼굴 슬픔을 머금어 젖은 얼굴 벽을 타고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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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는 거리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0. 1. 13. 00:46
아무도 없는 텅 빈 밤에 길을 걷다 길은 아카시아 향으로 차오른다 얼굴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 자락 거리에 드리운 노란 등 앞으로 드리운 주황 등 그리운 바람 바지 밑단으로 스며드는 3호선을 타고 2호선은 막차가 끊기고 교대역에서 내려 길을 걷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밤에 길을 걷다 취한 다리가 이끄는 대로 걸었던 그 거리 거리에 드리운 차가운 공기 낯선 공기에서 느낀 그리움 가끔 떠오르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헤매 두 시간을 길을 걷다 끝에 택시를 타고 돌아온 이 계절에 드리우는 차가운 공기에 그리워져 떠오르는 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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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0. 1. 13. 00:44
다만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지 못할까 두렵다 옛 기억 사랑 당신이 지금 그리워하는 누군가 인연이 아니더라도 꽃은 다시 봄이 되어 피어 오롯이 바칠 사람 어떤 이별을 했던가 나는 정말 너를 꽃처럼 대했을까? 어떤 사랑이었을까? 다시 그런 사람을 있을까? 어제의 향기와 오늘의 향기는 다를 텐데 져버린 꽃이 다시 피지 않는데 마음을 태우는 것이 두렵고 핑계가 많고 때가 묻었다는 핑계로 애써 순수한 마음을 외면하는 게 아닐까? 겁이 많아서일까? 난 제대로 만날 수 있을까? 물어도 대답은 없다 꽃도 향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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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가 궁금해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0. 1. 13. 00:42
가로수의 그림자가 동굴 안을 압도하는 압도적 어둠 속에서 나 그대를 검게 칠해서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이러니 저러니 혼자 슬퍼하지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닐지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이래도 저래도 낫지 못할 상처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는 알지 말걸 보지 말걸 말을 걸지 말걸 같이 거닐지 말걸 바라지 말걸 원하지 말걸 차라리 살지 말걸 이런 말은 하지 말걸 그런 말도 하지 말걸 이렇게는 되지 말걸 앞서 가는 그림자는 내가 당신의 뒤를 쫓기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이 없기에 생긴 어둠 때문인가 나는 대체 어디로 걷는 걸까 끝에는 환한 빛이 있을까 너는 내게 무엇이기에 이리도 나는 네게 무엇일까 더디어 갈까 발걸음 옆을 빛을 비추는 불빛 멀어지는 소리에 이 말을 담아 끝내기 전에 집에 닿지 못하는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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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뇌까리기/작은 목소리 2020. 1. 13. 00:41
시간이 피를 흘리며 발을 뻗어 흘러내린다 나는 그의 침대 커버와 베개를 붙잡아 둔다 앙상하게 마른 가지 같은 손등에는 더 주사할 곳이 없다 가지는 하늘을 가르고 갈라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쥔다 창을 뚫고 내리는 햇빛이 아프게 때린다 와주어서 고맙다는 말씀과 할머니를 칭찬하는 말씀과 어머니와 잘살라는 말씀과 부서질 듯 이어지는 숨결과 왔다가 가버리는 기억과 또 말씀과 그의 시간에 팔십 번이 넘게 새로 뜬 해를 아직 더 볼 수 있기를 아직 더 붙잡아 둘 수 있기를 나는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