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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테 길에 버려진 안경테 알도 없고 다리도 없고 길에 홀로 누운 외로운 허물 나이에 나이를 더하고 근시에 근시를 더하며 더 두꺼워진 갑피와 더 깊이 페인 근심의 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선 사이에 깊이가 더한 만큼 부러진 다리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황혼이 내린다
시는 어렵다 시는 어렵다 어떻게 써야 좋은 시인가 나의 무엇이 시인가 마음에 물으면 답한다 그저 마음이다
벼 어릴 적에 반듯하게 네모 상자에 담겨 한 줄로 심어져 비바람 맞으며 자라다가 참다가 꾹 참다가 가을이 오면 고개가 무겁게 떨어져 낱알 몇 개 두어 개 남기고 겨울 끝에 다시 봄
밤 풍경 분명하게 걸어 본 거리 분명하게 아는 거리 밤에 걷는 이 거리 어제와 다른 이유 태양과 달이 서로 함께 하지 못하는 거리 월식과 일식으로 만날 시간 너무 멀기에 달과 별 아래로 걸으며 뱉는 숨이 본래의 자리로 가라앉고 스며들며 지워지는 밤의 거리
발걸음 대낮에 비틀거리며 걷는 이는 나처럼 세상을 바로 대하기가 부끄러운 이일까? 아니면 세상이 비틀거려 뒤틀린 길에 춤 아닌 춤을 추는 걸까? 춤 아닌 춤 몸짓 아닌 몸짓 뜻 모를 방향도 모를 손짓 얼마나 더 비틀거리면 바로 서서 길이 길이 되어 발걸음이 걸음이 될까?
바다 세상은 오! 너무 슬픈데 해구처럼 깊게 해구를 품고 해령이 솟는 바다는 푸르게 또 아름답다
목성 목성 보다 더 밝은 별 큰 별 아름다운 별 많겠으나 행성은 모여 계를 이루고 은하를 이루고 우주를 이룬다 중력의 실타래에서 단 하나 고독한 별 태양이 되지 못한 별 목성 주위를 둘러보면 어두운 벽과 벽 암흑의 벽 암흑의 에너지 잡히지 않는 힘 끈 태양과 맞닿는 실타래를 잡고도 공허한 행성 홀로 빛나지 못하는 그러나 비로소 혼자 특별한 목성 공허 속을 부유하는
눈은 저항한다 눈은 오늘도 내리기를 거부하며 옆으로 나부낀다 그러나 저항은 여느 때처럼 곧 힘이 빠진다 힘겹게 바름을 헤치던 눈은 오늘도 천천히 침전한다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