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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북으로 가는 좁은 길 + 댄스댄스댄스꿈의 서가/책 2018. 7. 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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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나는 ‘그’와 같은 나이다. 그는 아마도 일본인일테니 만으로 계산하면 아니겠지만. 사랑이 뭔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소설을 읽고 나니 또 모르겠다. 이 정도로 살아 왔으면 조금은 알아도 될터인데. 그들 처럼 내 침실은 다른 이와 나눈다는 것이 사랑일까? 나의 가장 내밀한 공간을 내준다는 것. 내 마음의 공간을 나눈다는 것. 단 둘이 있어도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도리고에게 섹스는 바람이 아니었고 함께 잠을 자는 것은 사랑이었나 보다. 그래. 이 정도 되었으면 나를 알만도 한데. 나는 진짜 나일까? 도리고의 의심 처럼 주변의 기대가 만들어낸 나는 진짜 나일까? 지난 날을 생각해 보면 완벽한 삶이란 없는 것 같다. 완벽한 인간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은 존재한다. 필요할 때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도리고는 스테이크 한 접시를 참아 낸다. 그의 생각처럼 가식이 아니다. 작은 일이지만 용기다. 영웅적인 행동은 대단한게 아니다.
전쟁이 있기에 영웅이 있다. 그러나 영웅을 탄생하는 전쟁은 인간이 휘두르는 최악의 폭력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 폭력은 국가나 종교,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정당화 됐다. 그리고 그런 집단은 개인을 삼켜 버린다. 그렇게 주입된 그릇된 신념의 무서움을 책에서 확인했다. 추축국이 일으킨 2차 대전은 신념 범죄와 같다. 나카무라처럼 당시의 일본군은 천황을 의심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제국주의를 따랐다. 시대의 정신을 따랐다. 그것이 악행의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군인으로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그들을 전혀 옹호하고 싶지 않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배했다. 인과응보일까? 단지 당시의 일본은 어떤 광기에 휩쓸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역량을 너무 높게 본 나머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미국을 건드리고 결국 패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죄의 대가를 제대로 치뤘을까? 소설에서 처럼 강자는 도망치고 숨고 거래했다. 약자는 잡혔고 처벌받고 죽었다. 일본의 피해자 의식은 가증스럽다. 물론 당시는 제국의 시대였고, 힘이 세상을 지배했다. 가진 자를 살려주고, 연구자료를 거래한 미국도 정의로웠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먼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민간인을 학살한 나라가 변명할 수 있을까?
전쟁은 지옥이다. 고아나는 본인도 나라 잃은 백성이면서, 더 불행한 처지에 있는 이를 죄의식 없이 괴롭힌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만든다. 부패한 권력을 맛보게 한다. 인간의 심연에서 폭력을 깨우고 중독시킨다. 그런 폭력은 연쇄된다. 단순한 폭력은 육체에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전쟁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은 구원 받을 수 없다. 전쟁에 내몰린 그들은 신을 의심하고, 부정하고, 저주하게 되니까. 사람들은 절망한다. 영원할 것 같은 고통이 이어진다. 모든 걸 빼앗긴다. 사랑, 삶의 의미, 심지어 삶 자체도. 그런 끝없는 절망의 끝에서도 사람들은 놀랍게도 이타심을 발휘한다. 지옥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아낀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그린다. 얼굴 마저 희미해 진 사람들을. 그렇게 지옥에서도 생각나는, 아니 지옥이라서 생각나는 그 사람이 진짜 사랑일까?
하지만 도리고는 모든 것을 잃고도 생각나던 그 여인과 재회하지 못한다. 세상에 사랑이 있긴할까? 간절한 마음도 이어지지 못하는데. 함께 잠을 자고 침대에 누워 같이 달을 보던 여인과도 이별하게 되는데. 날마다 하루만큼 나를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저 하나씩 잃어가고만 있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상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자본주의의 미덕 처럼 더 많이 감정을 소비하면 될까? 그러나 소비된 감정들은 그져 스러질 뿐이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의도처럼 많은 것을 낳지 못 한다. 오히려 더욱 잃어만 간다. 삶을 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나이에 이 책들을 읽고 내가 정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두 잃어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더크 젠틀리의 말 처럼. 어쩌면 살면서 하나씩 채워가는 게 아니라 비워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고민해봐야 겠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춤을 추면서.
뱀발: 불륜은 어쩌다 불멸의 컨텐츠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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